고명한 스승에게 가르침을 받고자 찾아온 한 방문자는 스승 앞에 자기의 고민거리를 한참 이야기하고는 다시 자신의 장래 계획에 대하여 장황하게 이야기했습니다.

그러나 스승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은 채 방문자의 찻잔에 차만 계속하여 따랐습니다. 차는 찻잔에 흘러넘쳐 앉은 자리까지 흥건히 젖었습니다. 스스로의 이야기에 도취되어 떠들어대던 방문자는 놀라 스승의 손을 덥석 잡으며 말했습니다.

"잔이 넘쳐서 흐르는데 어찌하여 자꾸만 따르시는지요?" 그때서야 스승은 입을 열었습니다.

"이 찻잔과 마찬가지로 당신의 마음은 너무 많은 것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그 마음의 잔을 비우지 않으면 나는 당신에게 아무것도 가르쳐 드릴 수가 없습니다. 가르쳐 드린다 해도 다 넘쳐버릴 것입니다."
 

영 안에 가난한 사람(마5:3)

하나님 앞에서 가장 어려운 사람은 자기에게 무엇인가 조금 있다고 말하는 사람입니다. 없는 것은 단정하기 쉬우나, 빈곤한 것은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빈곤한 자의 가장 큰 문제는 자신의 빈곤함을 시인하지 않는 것입니다. 교만 안에 빠진 빈곤한 사람은 구원받을 길이 조금도 없습니다. 빈곤은 얕고, 어리고, 성숙하지 않은 것입니다. 첫 부분만 가지고 전체적인 것을 가진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빈곤한 사람입니다. 풍성은 오직 빛으로부터 오고, 빛이 비췰 때만이 우리는 풍성하게 됩니다.

큰 빛은 작은 빛을 삼켜버립니다. 하나님의 빛을 보았을 때 우리가 본 작은 빛들은 잊게 될 것입니다. 하나님 앞에서 무엇을 볼 때마다 전에는 전혀 보지 못했다고 말할 것입니다. 이것은 참으로 그가 보지 못했다는 말이 아니라, 더 큰 빛을 보았을 때 그가 본 것은 느끼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영 안에서 가난한 사람은 복이 있습니다(마5:3). 이 말은 우리 존재를 점령하고 있는 것을 다 비우는 것을 말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들이 조금 알고 있는 것으로 하나님을 거절합니다. 얼마나 가련한 일이지 모르겠습니다. 우리의 하나님은 풍성한 하나님입니다. 그분은 자녀들이 빈곤하기를 원치 않으십니다. 하나님의 풍성은 깊고 중후하며 변역하지 않습니다(말3:6) 그분이 우리에게 더 많은 것을 주실 때마다 처음 얻은 것 같습니다. 겸손할 뿐 아니라, 존재 깊은 곳이 비어진 사람들은 복이 있습니다.